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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 : AI가 야구에 불러온 변화

주제 : ABS 시스템이 도입되며 발생한 변화
데이터 : KBO 기록실 를 크롤링 후 시각화(Python)

1. ABS란 무엇인가

ABS는 일명 ‘로봇 심판’으로, 실시간 트래킹 기술을 주력으로 삼아 투구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는지 판정해주는 시스템입니다. 이전에 있던 스트라이크/볼을 판정해주는 심판을 대체한 것이죠. ABS의 대단한 점은, 무려 99%의 정확도를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사람 심판일 때 91.3%를 기록하던 판정 정확도가 ABS를 도입하며 크게 향상된 것입니다.
투수가 공을 던지면, 여러 대의 고속 카메라와 센서가 속도, 회전, 3차원 궤적을 정밀하게 추적합니다.
그리고 공이 바닥의 홈 플레이트를 통과하면, 랜덤 포레스트 기반의 모델로 생성한 스트라이크 존으로 스트라이크/볼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 때 스트라이크 존은 타자의 상하좌우를 모두 적용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자세와 신체에 맞는 스트라이크 존이 형성됩니다.

2. ABS의 도입

ABS를 정규 리그에서 도입하고 있는건 한국의 KBO가 유일합니다.
미국에서는 약 92.7%의 판정 정확도를 보여주는 MLB의 메이저 리그에서 2026년 도입을 준비 중이며, MLB의 하위 리그인 마이너 리그와 사설로 운영되는 몇몇 독립리그들이 MLB와 협력하여 도입 후 데이터를 수집 중입니다.
KBO에서는 2024년 정규 리그에 도입하여 약 55,026개의 투구를 판정하고 21개의 오심을 기록했습니다. 실제 도입에서 99.96%의 말도 안되는 정확도를 보여준 것이죠!
이외에도 KBO가 발표한 지표에 따르면, ABS를 도입하며 생긴 변화는 아래와 같습니다.
연도
2023
2024
스트라이크 판정 정확도
91.3%
99.9%
평균 경기 시간
192
187
3시간 미만으로 끝난 경기 수
33경기
46경기
홈런 안타 장타율
1.18 / 17.5 / 0.361
1.90 / 19.0 / 0.409
100경기 당 관객 수
1,003,393명
1,438,112명
이렇듯 공정한 판정이 불러온 변화는 거대했습니다.
2025년은 100경기 기준으로 약 170만명의 관객을 기록 중입니다.(약 20% 증가)

3. 전체 리그 변화

이제, 연도 별 전체 지표를 보겠습니다. 데이터는 [ 도루 / 수비 / 타자 / 투수 ]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 도루 ]
[ 수비 ]
도루의 시도 횟수가 점점 늘어나는 트렌드는 보이지만 크게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네요. 둘 다 공의 판정 여부와 무관한 플레이기 때문에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 타자 ]
[ 투수 ]
! ! !
확실한 변화가 보입니다. 타자는 전체적으로 타점이 모두 증가하였고, 특히 줄어들던 홈런 지표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투수에서도 피안타, 피홈런이 증가한 것이 보이는데, 특이한 점은 삼진을 잡은 개수도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이전보다 삼진을 잡는 횟수가 늘었지만 타율도 늘었다는건 어떤 의미일까요?
바로, 볼의 개수가 줄어들고 스트라이크 개수가 늘어난 것입니다. 즉 스트라이크 존에서의 승부가 많아졌다는 것이죠. 이후에 언급하겠지만, 여기에는 포수의 ‘프레이밍’이라는 기술이 ABS로 인해 사용이 불가능해진 것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외에도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지표가 양극화되는 모습을, 각각의 포지션 별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4. 포지션 별 변화

3-1. 투수의 변화와 언더핸드

위에서 보았던 투수 종합지표입니다. 우리는 3가지 지표가 모두 오른 모습을 통해 스트라이크 존에서의 승부가 많아졌다는 것을 확인했었습니다. 이번엔 좀 더 개개인에 대해서 살펴봅시다.
[ ERA(방어율) ]
ERA 지표입니다. ERA는 방어율로, 높을수록 부정적인 수치입니다. 다만 해당 그래프에서는 편의성을 위해 ERA가 낮아진 정도를 수치화하여 왼쪽이 긍정, 오른쪽이 부정이 되도록 통일했습니다.
바로 아래에는 ERA가 가장 좋아진 선수와 안좋아진 선수의 지표 비교입니다.
둘을 비교해본 결과, 피안타나 피홈런이 늘어나는건 필연적인 일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삼진을 많이 잡아내는가가 투수의 방어율에 큰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언더핸드 투수

이외에도 투수에게 일어난 커다란 변화 중 하나는 “언더핸드” 투수의 감소입니다.
ABS 투입 직후 스트라이크 존이 엄격해지면서 횡적인 이동을 보여주는 낮은 공이 대거 볼 판정을 받으면서 언더핸드와 사이드암 폼을 사용하는 투수들이 대거 1군에서 탈락하였습니다. 이에 따라서 KBO는 2025년 시즌으로 넘어오면서 ABS의 스트라이크 존을 약간 조정해주었지만, 여전히 언더핸드 투수는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3-2. 타자 지표의 양극화

이번에는 타자입니다. 급격한 수치 증가를 보여주며 관객에게 재미를 선사한 포지션이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상위 하위 Top 5 선수들을 보겠습니다.
2군 선수들이 많이 보이지만, 꽤나 극단적인 변화를 보여주네요! 개인 지표에서는 특징을 찾기 어려워 생략하겠지만, 변화된 투구의 트렌드에 적응한 사람과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3-3. 포수의 프레이밍

위와 같이 포수가 공을 잡을 때, 바깥쪽에서 잡은 공을 중앙에서 잡은 것처럼 미트를 끌어당기는 것을 프레이밍, 반대의 경우는 역프레이밍 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심판을 보는 경우 포수의 뒤에 서있기 때문에 공을 잡았을 때 포수의 미트 위치도 투구의 판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고로 프레이밍은 숙련된 포수의 덕목 중 하나로 평가받았습니다. 실제로 MLB에서는 아직 프레이밍이 유효하기에 포수의 계약에 영향을 미치고, 팀으로부터 장기 계약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ABS는 프레이밍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죠. 투수의 위치와 키를 고려하여 스트라이크 존을 지정하기에 포수의 미트 위치를 통한 심판 속이기는 불가능해졌고, 이를 통해 포수에게 중요한 능력치로 꼽히던 프레이밍은 완전히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필요 없어진 것이 있다면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이 있는 법.
포수들은 이제 타자로서의 능력을 요구받게 되었습니다. 대다수의 선수가 공격과 수비를 모두 참가하는 야구의 특성 상, 원래도 포수들은 무거운 체중으로 장거리 타율이 높은 편이었으나, 투수가 글러브에 장착하고 사인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피치컴”과 ABS의 도입으로 포수로서의 역할이 단순화되면서 포수들은 공격을 위한 배팅 연습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투수들의 공격 지표를 종합한 모습입니다.
전체적인 지표 상승도 영향을 끼쳤지만, 공격 능력에 비해 포수로서의 수비적 역할과 경기 운영 능력이 가장 중요했던만큼, 공격력이 다소 부족해도 수비력이 좋다면 기용되었던 이전에 비해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지표였습니다.

마무리하며

이렇게 오늘은 ABS라는 시스템이 한국 야구리그에 미친 지대한 영향력을 살펴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에서 투수와 타자의 승부가 더 많아졌고, 그로 인해 관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이전보다 더 많은 점수가 나오고 99.9%의 정확도를 가진 판정이 등장했으니 그럴 수 밖에요!
투수들은 이전보다 더 높은 위치로 공을 던져야 했고, 그로 인해서 언더핸드 투수들은 대부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포수들은 프레이밍 이라는 기술을 완전히 상실하여, 대신 타자로서의 능력에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